Wired DREAM

<사이와 사이에서>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김지민은 현대사회의 다각적인 구조를 다양한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다양한
작업들 중에 <The Fan>은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로, 둥근 형태의 다양한 색을 가진 패턴으로 나타난다. 이 패턴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상표의 라벨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라벨은 다양한 의미들을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은 한 개의 라벨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소비사회의 징후를, 그 안에 담겨있는 욕망과 현대사회의 구조를, 그리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나타나는 획일적인 생산방식과 그런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의 이상과 현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라벨이라는 소재는 그의 작품에 있어서 매력적인 해석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라벨이 담고 있는 의미들은 이후에 나타나는 <Vanitas Holic>전시에서 인물 조각상의 머리나 눈에 디지털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작업은 세대별 그리고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예를 들면 화장품, 자동차, 명품가방, 장난감 등이 나타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에 직접 라벨을 하나하나 설치하는 작업과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사이와 사이에서>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김지민은 현대사회의 다각적인 구조를 다양한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다양한
작업들 중에 <The Fan>은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로, 둥근 형태의 다양한 색을 가진 패턴으로 나타난다. 이 패턴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상표의 라벨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라벨은 다양한 의미들을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은 한 개의 라벨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소비사회의 징후를, 그 안에 담겨있는 욕망과 현대사회의 구조를, 그리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나타나는 획일적인 생산방식과 그런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의 이상과 현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라벨이라는 소재는 그의 작품에 있어서 매력적인 해석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라벨이 담고 있는 의미들은 이후에 나타나는 <Vanitas Holic>전시에서 인물 조각상의 머리나 눈에 디지털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작업은 세대별 그리고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예를 들면 화장품, 자동차, 명품가방, 장난감 등이 나타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에 직접 라벨을 하나하나 설치하는 작업과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하지만 김지민은 작업에서 또 다른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The Fan>작업과 똑같이 라벨을
소재로 사용하지만, 그 내용이 조금은 빗겨나가는 <The Oxymoron>시리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초기에는 <The Fan>시리즈처럼 원형의 형태를 가지지만 가운데에 원형의 반사되는 금속을 넣음으로써 거기에 비치는 관람객의 모습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작업으로 시작되었다. 이후의 작업들은 원형에서 벗어나 파도나 고래,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산봉우리 등의 자연물로 나타나며, 공중에 매달려 앞과 뒤를 모두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이 작업들은 흥미로운 작업방식으로 완성되는데, 작가는 이를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이어 붙여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작가는 라벨을 가지고 패턴을 만들어 나갈 때 라벨의 뒷면에 나타나는 색만 보고 작업을 해나가기 때문에 앞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런 작업과정에서는 완성된 작품의 어느 쪽이 앞면인지 뒷면인지도 애매해진다. 이렇게 그의 작업은 <The Oxymoron>의 의미처럼 모순된 시각을 드러내며 앞과 뒤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패턴들은 현대사회에서 소비주의 사회가 가지는 트렌드의 흐름을 상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물질적인 욕망도 사실은 우리의 삶의 단편적인 현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 우리는 다양한 부분들의 접점들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경계라는 간극과 차이도 이러한 다양한 관계의 접점 안에서 규정되는 모순적인 상황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 모두를 가질 수 있어야 온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제대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개념을 통해 그의 작업 방식을 다시 살펴보자. 작가 스스로도 이야기 하듯이 그가 작업을 만들어 나갈 때는 숲 속에 들어가 걷는 것처럼 미시적인 관점으로 라벨의 세부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붙여나간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되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떤 하나의 흐름과 흐름들이 뒤엉켜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자연물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태도로 작업에서 서로 상반되는 것들의 균형을 이루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정리해보자면 <The Oxymoron>시리즈는 <The Fan>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바로 드러나기 보다는 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들 속에서 이상과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스며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지민은 전시 타이틀인 <Between>의 의미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서 나타나는 사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이 사이는 무한한 공간 일 수도 한정적인 공간일 수도 있는 인간이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다각적인 구조를 가진 대상이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Wired DREAM>은 라벨로 만들어진 어떤 흐름이 뒤엉킨 형상을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그것들이 모였을 때에는 산 봉우리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산 봉우리들이 전시장에서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봉우리가 되기도 하고, 모여서 다섯 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Wired DREAM>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을 뒤엉키게 만들어 하나의 형태에 함축적으로 사이와 사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들을 만들어내 걸어 놓아 또 다른 사이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의 작업은 2차원의 평면으로 나타나지만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깊숙한 공간감이 생겨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 작업은 조선시대 왕의 자리의 뒤에 걸려있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 그려진 다섯 개의 봉우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왕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던 이 <오봉도>를 작가가 선택한 것 역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언제나 꿈과 희망을 기원하며, 그것을 자연의 대상물에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인간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기도 하며, 하나로 결합되었다가, 해체되기도 하고, 분열과 증식, 소멸이 무수히 많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들은 그의 수공예적인 작업 방식으로 만들어진 역동적인 패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복잡한 패턴도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규정된 단순한 형태로 나타나듯이 우리의 시공간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의 <Wired DREAM>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소비문화의 욕망의 정의로서의 협소한 의미의 라벨과 패턴으로 해석되면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은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우리가 살아 왔고 살아갈 인간들의 시공간에서 다각적인 구조들과 그 간극들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의 작업의 본질로 보인다. 
김지민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서로 상반되는 것들의 조합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함축적이면서 동시에 복잡한 구조로 표현해나가고 있으며, 서서히 그의 작업을 그가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라벨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지표로서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