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만족이

부유하는 웃음

 
김지민(b. 1975) 작가는 동시대 기호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작업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서 제시했다. 작가는 자신의 열네 번째 개인전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3D 프린트 제작 방식과 사진이라는 예술의 한 형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작가가 <Fan>(2005-2018), <Oxymoron>(2007-2015), <Head>(2008-2014), <Wired Dream>(2015), <Wave>(2008)에서 브랜드 라벨을 노동집약적인 바느질 수공 작업으로 이어붙이는 아날로그적 제작 방식을 적용해 작업해온 것을 생각해 본다면 디지털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만족이 project>(2021)이다. ‘만족이’는 아이콘이다. 글자가 완전히 추상적인 아이콘이라면 만족이는 그림 아이콘이다. 그리고 만족이가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만족이가 바로 우리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족이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만족이가 되고 싶어 한다. 만족이는 우리의 정체성과 의식을 흡수하는 진공관 같은데, 그 빈 공간을 채워 넣음으로써 우리는 다른 세계로 여행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만족이 project>를 완성하고, 만족이에게 생명을 주는 것은 그에게 감정이입하는 우리 자신이다. 
김지민이 <만족이 project>에 사진을 개입시킨 방식을 살펴보자. 김지민은 만족이라는 조각을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디자인 과정에서 작가는 만족이에게 동일한 크기의 쇼핑백을 들려주었고, 3D 프린팅을 통해 현실로 소환했다. 작가는 특정 만족이와 함께 그 만족이의 쇼핑백에 프린트된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마치 만족이가 방금 쇼핑을 마치고 매장을 나선 것과 같은 상황을 연출해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가는 이 매일의 기록을 300일 가까이 지속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족이 project>는 아카이브 미술로서의 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우리는 <만족이 project>로부터 <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2001)나 <인 디 에어, Up in the air>(2009)와 같은 영화를 떠 올리게 된다. 직업상 여행을 끊임없이 다녀야 하는 지인에게 조각상이나 사진을 대신 가지고 다니면서 마치 유명한 관광지에 실제로 가 있는 것처럼 조각상의 사진을 또는 사진의 사진을 찍게 하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맥에 따르면 김지민의 사진은 만족이가 누군가를 대신해 쇼핑해 준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증거물이 된다. 그리고 작가는 만족이의 사진을 찍어주는 대리자, 에이전시(agency)가 된다.   
김지민은 아카이브, 에이전시로서의 작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가치 있게 만들어진 조각 작품과 잘 기획된 설치 작업으로서의 가치도 포기하지 않았다. 만족이가 벽면에 설치된 방식은 뚜껑을 열면 상자에서 인형이 튀어나오는 용수철 메커니즘으로 제작된 장난감을 연상시킨다. 갤러리의 하얀 벽면이 하얀 상자라도 되는 듯, 용수철처럼 부풀어 오르는 억눌린 감정과 같은 252점의 3D 만족이 조각은 벽면에서 튀어 올라 청담동 저녁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김지민의 작업에서 만족이 만큼 중요한 주인공은 바로 작가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 스컬(skull)이다. 시각적 미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는 직접 흙으로 해골 모양을 빚고 석고로 주형틀을 뜨는, 소위 가장 전통적인 조각 기법으로 원본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석고 원본을 다시 3D 스캔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로 불러들인 다음 <Coloring N. 108>(2021)의 백여덟 개의 해골로 3D 프린팅했다. 이 작업은 디지털의 언어로 구축되었다는 태생의 비밀을 숨기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한증식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는 이후로도 얼마든지 다른 형식과 크기로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Insideout>(2018)과 같은 지름 100c